퇴사하고 거의 7개월 째 푹 퍼져있다보니
처음에 놀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노는 것도 재미가 떨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하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뭐 유럽으로 여행도 다녀왓겠다 회사그만두고 후 얼마간 날씨도 너무 좋았고 집에서 빈둥빈둥 책이나 읽고 영화나 보다 잠들기 일쑤인 생활이 너무 좋았는데 역시나 나에게도 그 날이 왔다. 약간 무료하다.
어쨋거나 반년이 지나다 보니 솔직히 말하면 뭐라고 해야할까 안이하게 생각했던 내가 원하는 일 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 6개월이 자발적 실업 상태라면 요번 달 부터는 비자발적 실업상태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당황스럽기도한 반면 원래 신선코스프레에는 도가 텄기 때문에 덤덤한 척하다 진짜 덤덤해 진 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얼마전에는 별로 슬픈일이 없지만 아무 의욕도 없고 누우면 그냥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는 이것이 우울증인가? 하는 무서운 상태에도 도달 한 적이 있다.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는 판이니 남들한테 투정부리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편인데 그냥 농담인 듯 나의 자칫 심각한 심리상태를 몇명한테 얘기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돌봄을 받아서 놀랍고 많이 고마웠었다.
암튼 요즘에는 나름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외국어 시험도 공부하다 보니 그냥 뭔가를 하면서 살긴 하지만 그래도 딱히 뭔가 노력했다고 느끼지 못하는 허무한 상태로 하루가 지나간다고 느끼긴한다.
요즘 자주 적어본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중에 원하면 불행해지기 때문에 원하면 안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등. 뭐 쉽사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의 판타지로 종결되곤 하지만..그래서 현실 적응 판 플랜도 적어나가다 보면 비닐에 포장된 채로 건어물상에 쌓아져있는 힘없고 건조하기 짝이없는 북어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딱히 의욕도 없고 왠지 내 적성은 백수인 것 같은 직감이 잦게 느껴져서 이것 저것 찾아 읽었다. 찾아 읽은 것, 우연히 읽은 것 을 종합해서 스스로 세뇌 세뇌 하다보니
오늘 드디어!!약 엄청나게 오랜만에 '뭐가 되려면 열심히 살아야 하겠구나/ 되는구나/ 그래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오랜만에 위기의식과 동반된 느낌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는 17세에서 20세까지는 열심히 사는 것, 독기에는 자신있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언제가 부터 나의 영혼이 점점 자유로워지더니 동시에 바깥세상 맛도 약간 보면서 겉잡을 수 없이 해체주의자가 되었다가 2013년 11월 23일이 얼마 되지 않은 새벽에 '열띠미 살아야 겠다 헉!'이라는 생각에 돌아온 것이다.
빡세게는 살아도 순응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이내 '열띠미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 뭐가 되려면 열띠미 살아야겠다>열띠미.....하.....우리나라에서 열띠미란 것은 곧 힘들게 사는 것을 말한다. 열심히랑 힘들게/괴롭게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거늘..
왜 우리는 이런 자학적인 멘탈리티를 가졌단 말인가?
행정고시 괴로운 생활.문화?시스템?멘탈? 뭐시가 잘못된것일랑가? 아니면 내가 성공의 너무 좁은 표본만을 알고 있는 걸까?
스페인 경제가 쉿 안좋다. 근데 그렇게 괴로워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못봤다........ 자학적인 사람은..한명도 못봤다. 스페인은 행복은 하지만 직업은 없을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보다 뭔가 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 애들도 스페인어와서 자기 나라는 이렇지 않다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죽는 소리를 하지만.. 내 독일 친구의 부모님은 은퇴한지 10년 정도 됐고 즉 일을 안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자식 4명 대학 교육 시키고 있고 남들 휴가 갈 때는 스페인으로 프랑스로 한두달씩 여행을 다녀온다.
왜 나는 또 내가 뭔가 되려면 억누르고 괴로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한국에서 뭔가 되는 길이란 이런 것 밖에 없나?
다른 나라는 어떤가? 내가 몇나라 구경은 못했지만..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 땅 좁고 인구많은 나라에서 태어난 내 잘못인가요?
세상이 잘못되었더라하더라도 세상탓 하며 허송세월 보내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행복을 찾아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뭐 변호사가 되기까지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집에서 스페인에서도 불법인 대마초를 말아피며 여유의 냄새를 풀풀 풀기던 스페인의 한 변호사를 기억한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게 된다거나 직업을 얻으면. 근데 요즘엔 가족이랑 같이 사는 소중함도 늦게 알았고, 친구들도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서 왠만하면 한국에 사려고 한다. 사실 외국에 살면 아무리 말을 잘해도 외국인으로서의 한 끝 언어를 이해하는 그 약간의 사소한 차이가 조금씩 쌓이면 큰 고독이 되고 이것은 넘기 힘든 벽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서 그런 점도 있다.